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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추력기

6.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Ion beam dump

by HappyNerd 2023. 2. 27.

 

이번 글은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시리즈의 마지막 게시글이다.

전기추력기 수명시험에 있어 중요한 Ion beam dump에 관해 알아보자.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1. 우주환경을 모사하는 높은 진공도
2. 큰 electric potential boundary 
3. Ion beam dump

3. Ion beam dump


전기추력기를 우주에서 사용하는 경우, 추력기로부터 분출된 이온이 광활한 진공의 공간을 끝없이 비행한다. 하지만 대기가 존재하는 지구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십 km/s 로 가속된 이온들이 전기추력기를 빠져나온지 0.1초도 채 지나지 않아 진공챔버의 벽면과 충돌하며 벽으로부터 전자를 흡수함으로써 중성입자가 된다.

 

고속의 이온이 에너지를 잃는 과정에서 벽면에서는 분자가 떨어져나가는 (ion bombarded sputtering)이 일어난다 (Fig. 1 참고). 이로부터 우리는 전기추력기를 실험하는 동안 고속의 이온이 진공챔버 벽면에 입사하여 챔버 벽면이 점차적으로 깎여나감을 알 수 있다. 깎여나가는 속도는 이온의 에너지, 이온의 수, 챔버 벽면 소재에 따라 결정되는데 시험시설이라는 게 시험가능한 조건이 가능한 광범위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자 입장에서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챔버 벽면이 되겠다.

 

Fig. 1. Ion bombarded sputtering 개념도

 

만일 챔버 벽면을 이온에 그대로 노출시키게 되면 이온빔이 입사하는 영역은 벽이 조금씩 깎여나가 벽체가 얇아지게 되는데,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짐에 따라 무너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구멍이 뚫려 진공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추력기의 빔이 조사되는 영역은 챔버를 보호하는 일종의 갑옷을 입히는데, 이것을 ion beam dump라 부른다. Ion beam dump는 소모품이므로, 챔버 설계단계에서부터 교체가 용이하도록 설치구조물을 제작해야하며 sputtering rate이 작은 소재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Ion beam dump의 소재로는 그래파이트(graphite)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수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대충 말하자면 흑연을 떠올리면 된다.) Graphite는 분말이 날리고 물성이 약해 취급이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sputtering rate이 가장 낮은 물질이며, sputtering rate이 낮은 금속으로 잘 알려진 몰리브덴과 텅스텐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된다.

 

소모품인데 sputtering rate이 작아야 하는 최우선적인 이유는 전기추력기 시험에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Beam dump의 sputtering이 일어나면 beam dump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 또는 부스러기들이 진공챔버 내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대부분은 진공챔버를 떠돌다가 벽면에 들러붙지만 일부는 추력기를 향해 추력기에 2가지 왜곡을 일으킨다.

  1. 전기추력기 플라즈마에 불순물이 되어 플라즈마 왜곡을 일으킴.
  2. 전기추력기의 이온 가속구간 근방에서는 일부 이온이 추력기와 충돌해 추력기 본체의 sputtering을 일으킬 수 있는데, beam dump로부터 온 물질이 있으면 추력기의 sputtering rate 측정이 부정확해짐. (Ex. 눈이 시간당 몇 cm씩 녹는지 알고싶은데 눈이 내리면 녹는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원리다.)

 

전기추력기 사용 목적이 시험조건을 시시각각 바꿔가며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라면 시험시간이 짧아 벽면이 얼마 깎이지 않기 때문에 beam dump가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우주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우주는 고장이 나도 수리할 수가 없으므로 지상에서 엄중한 검증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전기추력기는 작은추력을 장시간 내어 가속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전기추력기를 틀어두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수명시험"이 필요하다. 전기추력기 사용목적에 따라 요구되는 수명시험의 시간은 달라지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로 전기추력기가 검증됐다할 정도의 수명은 3,000시간 이상이다. 정지궤도위성, 우주수송선, 우주탐사선에 사용이 목적이라면 10,000 시간 이상의 수명시험이 돼야하겠고, 그보다 장시간 써도 정상 작동한다는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우주검증용 시험시설은 10,000시간짜리 시험이 수십 수백번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정상가동할 수 있어야 하므로 ion beam dump가 반드시 필요하다.

 

Fig. 2는 독일의 항공우주연구센터 DLR에 있는 플라즈마 추력기 시험용 대형 진공챔버 STG-ET의 모습이다. 챔버 앞면 근처에는 전기추력기를 설치해 반대편으로 이온빔을 분출하게 하고, 이온빔을 맞는 영역에 graphite beam dump를 설치한 것을 볼 수 있다.

Fig. 2. 독일 항공우주연구센터 DLR의 플라즈마 추력기 시험용 대형 진공챔버 (a) 내부 전체 모습, (b) Graphite beam dump 모습. [2]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기추력기 시험시설 EPISODE-3.8 또한 graphite ion beam dump가 장착되는데, 측면부의 graphite 탈부착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었다. [참고영상: 순수 우리기술로 심우주탐사 '대형 전기추력기' 시험장비 국산화 성공! (youtube.com)]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3개의 시리즈 외에도 전기추력기의 추력측정과 플라즈마 진단 등 시험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있지만 생략했다. (블로그에 개시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다음 글에서는 전기추력기 지성시험시설의 구성을 소개하며 시험시설에 대한 게시글을 마무리지어보고자 한다.


*. References

[1] J. D. Williams et al., "Differential Sputtering Behavior of Pyrolytic Graphite and Carbon-Carbon Composite under Xenon Bombardment," 40th AIAA/ASME/SAE/ASEE Joint Propulsion Conference and Exhibit, AIAA 2004-3788 (2004), https://doi.org/10.2514/6.2004-3788

[2] Electric Space Propulsion Test Facility Göttingen – electric thrusters (STG-ET) - DLR Po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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