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기추력기

4.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진공도

by HappyNerd 2022. 12. 21.

 

 

 

전기추력기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우주의 진공 환경을 모사하는 지상시험시설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세 개의 글에 걸쳐 시리즈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이번 글을 통해 가장 중요한 조건, 높은 진공도에 관해 알아보자.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1. 우주환경을 모사하는 높은 진공도
2. 큰 electric potential boundary 
3. Ion beam dump

1. 우주환경을 모사하는 높은 진공도


전기추력기는 위성과 우주선에 작은 추력이 필요할 때 유용한 추진장치이다. 따라서 지상에서의 시험 결과와 우주에서의 작동 중 결과 간의 오차가 크면 안된다. 그 중 가장 첫 번째로 고려돼야 할 것이 "진공도"이다.

진공. 우주가 진공환경이란 것은 들어봤을테고, 음식을 장기간 보관할 때 진공포장하는 것도 들어봤을 것이다. 진공이라면 공기가 하나도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또한 우주의 진공과 진공포장의 진공은 그 수준이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주의 진공은 지상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Figure 1은 기상청에서 찾아볼 수 있는 hPa 단위의 한반도 주변 압력 등고선이다. 기상 뉴스를 세심하게 본 적 있다면 태풍의 눈에서의 압력은 950~980 hPa, 대륙성 고기압은 1020~1050 hPa의 압력을 가진다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표준으로 삼는 1기압은 1013 hPa으로 대기 압력은 대게 5% 이내의 변화를 가진다.

  • 1 atm = 105 Pa로 퉁치곤 한다.
  • 1 Pa = 1 N/m2
  • 1 atm의 대기를 구성하는 분자의 수는 6.02×1023 / 22.4 L = 2.68×1025 m-3 이다.

Fig. 1. 한반도 주변 압력 등고선 [1]. (한반도 위치: 초록색 동그라미)

진공은 대기보다 훨씬 낮은 압력을 지칭한다. 진공포장은 보통 0.01 - 0.1 atm의 압력으로 낮춰 포장한다. 100 km 상공 너머의 공간을 지칭하는 우주에서의 압력은 그보다 훨씬 낮다. Figure 2(b)는 고도에 따른 주요 대기 구성성분의 밀도를 나타내는데,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자연현상에 따라 그 밀도가 떨어진다. 우주의 경계선이 되는 100 km 상공의 밀도는 약 1×1019 m-3 (=4×10-7 atm = 4×10-2 Pa), 현재까지 저궤도 위성이 존재하는 최저 궤도인 300 km 상공의 밀도는 7x1014 m-3 (=2.6×10-11 atm = 2.6×10-6 Pa) 의 고진공환경이며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그 밀도가 점차 감소한다. 따라서 위성과 우주선이 겪게되는 진공 환경은 10-11 atm 이하의 고진공이다.

이로써 우주의 진공 환경을 대략 파악하였다. 그렇다면 전기추력기의 시험에서 진공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Fig. 2. (a) 고도별 대기권 분류 [2], (b) 고도에 따른 주요 대기 구성성분의 밀도 [3].


고진공 환경이 플라즈마 추력기 시험에 필요한 주된 요인

  • Electrostatic 전기추력기의 경우 연료를 공급해 10-1 Pa 수준의 기체분압을 형성하는데, 진공도가 이보다 현저히 낮지 않다면 플라즈마에 변화가 일어나 성능이 왜곡된다.
  • 할로우음극의 수명

플라즈마 추력기는 중성 가스로 공급된 연료를 플라즈마 상태로 전이시켜 (이온화시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로부터 발생한 이온을 가속하여 분출시킴으로써 추력을 발생시킨다. 이 때 연료를 가속시키는 데 드는 에너지는 간단하게 말하면 플라즈마 생성에 드는 에너지이온을 가속시키는데 드는 에너지로 구성된다. 여기서 진공은 플라즈마의 생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electrostatic type의 전기추력기는 일정수준 이상의 플라즈마 밀도를 유지할 수 없으며 (2022.10.09 - [전기추력기] - 3. 전기추력기의 분류 참고) 연료 공급을 통한 적정 기체분압은 10-1 Pa 수준이다. 지구로부터 300 km 고도의 우주에서는 2.6×10-6 Pa 의 배경압력이 주어지므로 잔존하는 불순물 기체들의 수가 연료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연료를 사용한 플라즈마를 생성할 수 있다. 반면에 불순물 기체에 의한 압력이 10-1 Pa 과 비교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플라즈마 생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는데, 연료 주입 전 10-4 Pa 이하의 배경압력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낮추면 좋지만, 10-5 Pa 이하는 어렵고 굳이 필요하지 않다.)

연료 주입 없이 위와같은 배경압력을 구현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전기추력기의 진공시설은 연료가 주입되는 상황에서도 10-3 Pa 수준의 높은 진공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높은 pumping speed를 요구한다. 연료가 주입되는 상황에서 배경압력이 과해진다는 뜻은 연료가 충분히 배기되지 못하고 진공챔버 내에 잔존하는 상황이란 것인데, 즉, 우주환경을 제대로 모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급한 연료로부터 발생한 플라즈마에 의한 추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배기되지 못하고 떠다니는 연료 또한 플라즈마로 전이되는 상황이 되다보니 우주에서의 실제 상황보다 큰 추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전기추력기 진공시험시설을 갖춘 NASA에서 압력에 따른 추력측정 시험결과를 살펴보면 3×10-4 Pa 이하가 되어야 우주환경과 동일하다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별되나 [4], 현실적으로 이러한 시설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기추력기 학계에서는 추력측정을 신뢰할 수 있는 범위가 4×10-3 Pa 이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 여기서 추력측정보다 더욱 깊게 파고들어 전기추력기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자 한다면 (= 플라즈마 진단을 하려면) 10-3 Pa 이하를 구현하는 것이 좋다.

 

Fig. 3. NASA Glenn Research Center의 전기추력기 진공시험시설 VF-5 [6]

 

Electrostatic type의 전기추력기는 전기장을 통해 양이온을 가속시켜 밖으로 분출시키는데, 음전하를 띄는 전자는 그와 반대로 가속되어 추력기로 흡수된다. 결국, 추력기는 (+)를 잃게 되어 (-)로 대전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 공급원을 외부에 두어 전자를 외부로 방출시킨다. FEEP과 같이 작은 이온전류를 갖는 전기추력기는 전자를 조금만 내보내도 되니 필라멘트 방식의 source를 사용해 중성을 유지할 수 있으나, 추력이 상대적으로 큰 홀추력기나 이온추력기의 경우 이온전류가 크기 때문에 그에 대응할 수 있을만큼의 전자전류를 생성할 수 있는 할로우음극을 사용한다. 할로우음극의 내부에는 전자를 쉽게 방출하는 (= 일함수가 낮은) "insert"라는 특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것들은 산화에 매우 취약하다. 할로우음극 작동중에는 온도가 1800 K에 다다르곤 하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산화력 높은 O2, O 등이 insert를 가만 놔둘리 없다. 이들은 곧바로 insert와 결합을 일으켜 전자공급 능력을 상실시키기 때문에 고진공 환경이 구현되지 못하면 소중한 할로우음극이 얼마 쓰지 못하고 수명을 다하게 되어 전기추력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Insert로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산소분압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지나, 앞서 언급했듯 연료 주입 전 배경압력으로 10-4 Pa 을 구현한다면 할로우음극 시험환경으로서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필자가 제시하는 전기추력기 시험을 위한 진공환경의 주요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연료 주입 전 배경압력으로 10-4 Pa 이하를 구현
  2. 신뢰성을 갖고 추력을 측정한다면 4×10-3 Pa 이하를 구현
  3. 신뢰성을 갖고 플라즈마 진단을 한다면 1×10-3Pa 이하를 구현

 

이번 글에서는 "전기추력기의 지상시험시설의 조건: 1. 우주환경을 위한 높은 진공도"에 대해 알아봤다. 이어지는 두개의 시리즈 게시글에서는 "2. 큰 electric potential boundary", "3. Ion beam dump" 에 대해 알아본다.


*. References

[1] 육상예상일기도 - 기상청 날씨누리 (weather.go.kr)

[2] Earth's atmosphere - Science by degrees

[3] P. Crandall and R. E. Wirz, "Air‑breathing electric propulsion: mission characterization and design analysis," J. Electric Propulsion 1:12 (2022), https://doi.org/10.1007/s44205-022-00009-8 

[4] J. S. Snyder et al., "Effects of Background Pressure on SPT-140 Hall Thruster Performance," J. Propul. Power 36, No. 5 (2020), https://arc.aiaa.org/doi/full/10.2514/1.B37702

[5] E. A. Viges et al., "University of Michigan's Upgraded Large Vacuum Test Facility," 36th International Electric Propulsion Conference, IEPC-2019-653 (2019)

[6] Electric Propulsion and Power Laboratory - Glenn Research Center | NASA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