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밀도가 높은 곳에 probe를 삽입하면 많은 수의 이온과 전자가 지나쳐야 할 길목을 가로막게 되며 probe에 충돌하는데, 이는 설연휴 정체구간에서 교통 경찰이 차선을 점거한 채 통행량을 파악하는 상황에 견줄만한 상황이다. 따라서 RPA, Faraday probe와 같이 크기가 큰 진단장치는 전기추력기와 멀리 떨어진 플라즈마 밀도가 낮은 곳으로 측정 영역이 제한된다.
플라즈마 발생 및 이온 가속 영역은 추력의 근원이 될 뿐 아니라 복잡한 물리현상이 혼재된 곳이므로, 전기추력기 연구자들이 두눈에 쌍불을 켜고 바라보는 주요 관심 영역이다. 이 두 영역은 플라즈마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므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싶다면 지당하게도 왜곡을 최소화하는 플라즈마 진단장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왜곡을 최소화 하는 진단 기법으로는 전자기파 또는 빛을 이용하는 진단이 주로 사용된다. 이번 글에서는 레이저를 사용해 특정 지역에서 이온 또는 중성입자의 속도를 측정하는 광학 진단장치, Laser-induced fluorescence (LIF) spectroscopy를 소개한다.
(진단장치 게시글은 다른 글보다 난이도가 높으니 유의)
레이저를 활용한 플라즈마 진단은 "특정 지점"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타겟 입자" 의 신호를 선별적으로 측정한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돈이 많이들고 어렵다...) 오늘 소개하는 LIF spectroscopy는 전기추력기 플라즈마 레이저 진단법 중 가장 유용한 기법이다. 블로그에서 다루기에는 많은 부분 생략했음에도 난이도가 높으니, 원리는 생략하고 측정예시부터 보아도 무방하다.
1. LIF (Laser-induced fluorescence) spectroscopy의 측정원리 (최소 요구지식: 물리2 & 화학2)
원자에 속한 전자는 양자화된 에너지 state 상에 존재한다. (화학2에 나오는 $n$, $l$, $m$과 관련) 전자는 에너지를 얻고 잃음에 따라 다른 에너지 state로 전이될 수 있는데, 전이된 state가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state라면 그곳에 안주해 머무르지만, 불안정적인 state라면 에너지를 내놓고 안정적인 state로 내려간다. 이렇게 전자가 높은 에너지로 올라가는 것을 excitation(여기), 전자가 excited state에서 에너지가 낮은 state로 이동하며 그에 해당하는 빛을 내놓는 것을 fluorescence(형광)라 한다.
LIF를 직역하면 레이저-유도 형광이다. 풀어말하면 레이저 빔을 관측하려는 원자에 흡수시켜 전자가 불안정한 excited state로 가도록 유도하고, 그에 따라 fluorescence가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레이저에 의한 excitation은 레이저의 에너지가 target state와 excited state 간의 에너지 차이와 일치할 때 일어나므로 LIF는 정밀한 레이저 제어를 필요로 한다.
LIF spectroscopy는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를 활용한 속도분포 진단장치이다. (물리2 내용) 도플러 효과는 움직이는 물체로 인한 파동의 압축 또는 확장을 지칭하는 물리현상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과속 단속장치는 도플러 효과를 활용한 속도 측정장치이고, 다가오는 구급차와 멀어지는 구급차의 소리가 다른 것도 도플러 효과의 예시이며, 별의 청색편이 또는 적색편이 또한 도플러 효과에 의한 것이다.
Fig. 2는 측정하고자 하는 입자에 레이저를 시준한 상황을 나타낸다. 입자가 레이저와 반대방향으로 $v$의 속도로 움직이면 입자는 빛의 속도($c$)로 다가오는 레이저의 파장($\lambda$)이 압축됐다고 느낀다. 즉, 입자가 느끼는 파장($\lambda'$)은 실제 쏘아준 것보다 작으며 그 값은 아래 식과 같다.
$$\lambda'=\frac{c}{c+v}\lambda$$
$v$의 속도를 갖는 입자에 LIF를 일으키려면 $\lambda'=\lambda_{\rm{exc}}$의 조건이 충족돼야하기 때문에 레이저 파장은 아래와 같은 값을 가져야 한다.
$$\lambda=(1+v/c)\lambda_{\rm{exc}}$$
다시말해, 내가 쏘아준 레이저 파장에 대응되는 특정 속도를 갖는 입자들만 반응하여 fluorescence를 내놓는 것이다.
만일 $\lambda_1$으로 레이저를 쏘았을 때 $v_1$의 입자들부터 기인한 fluorescence의 세기가 1이고 $\lambda_2$의 파장으로 쏘았을 때 $v_2$의 입자들부터 기인한 fluorescence 세기가 10이라면, $v_2$의 속도를 갖는 입자의 수가 10배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속도 $v_1$, $v_2$, $v_3$에 의한 신호를 구분하려면 레이저 빔의 파장 폭(bandwidth)은 아주아주 작아야 한다. 레이저의 출력이 $\lambda_{\rm{exc}}\pm0.0001\lambda_{\rm{exc}}$로 $\pm$0.01%의 파장 폭을 가지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속도가 0인 타겟 입자의 양을 파악하고 싶다면(아래 식 참고), $\lambda_{\rm{exc}}$의 레이저를 출력시키면 된다. 하지만 $\pm$0.01%의 파장 폭을 갖는 상황에서는 빛의 속도의 0.01%, 즉 30 km/s에 해당하는 고속의 입자 신호 또한 같이 측정된다. 전기추력기로부터 분출되는 이온은 주로 50 km/s 이하인 것으로부터 생각해보면, 속도 해상도는 아무리 못해도 0.3 km/s 이상은 되어야 하며, 즉 레이저는 1 ppm(=10-6) 이하의 작은 파장 폭을 출력하며 정밀제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v=(\frac{\lambda}{\lambda_{\rm{exc}}}-1)c$$
결과적으로, LIF spectroscopy는 타겟 입자에 시준한 레이저의 파장을 정밀하게 변화시킴에 따라 나타나는 fluorescence 세기를 측정하는 기법으로, 이온 또는 중성 입자의 속도분포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플라즈마 진단장치이다.
2. LIF spectroscopy 측정 예시
LIF spectroscopy는 타겟 입자 속도 벡터에서 레이저의 진행방향에 평행한 속도성분을 추출해낸다는 엄청난 강점을 갖는다. Figure 3의 왼쪽 그림과 같이 레이저를 두 방향에서 쏘아서 한 점에 모아준 뒤 이 점에서의 fluorescence를 측정하면 교차점에 존재하는 타겟 입자가 갖는 속도 성분 2개를 한꺼번에 얻어낼 수 있다. Figure 3의 오른쪽 그림은 그러한 방법을 통해 홀추력기 플라즈마에서 측정한 Xe+이온의 축방향 & 반경방향 속도분포로, Xe+ 이온의 수많은 전자의 에너지 state 중 $\lambda_{\rm{exc}}$ = 834.723 nm 인 state를 이용한 것이다.
$$v=(\frac{\lambda}{\rm{834.723 \;nm}}-1)c$$
LIF spectroscopy는 전자가 원자의 에너지 state 를 오르내리는 현상을 이용하는 기술로, 원자 종류별로 그리고 중성/이온 상태별로 요구되는 파장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시말해 전기추력기 연료로는 Xe(제논), Kr(크립톤), Ar(아르곤), I2(요오드) 등이 주로 이용되는데 연료에 따라 레이저와 관측 파장을 바꿔줘야 하고, 연료의 중성 상태와 이온 상태에서 또한 요구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타겟에 맞춰 파장을 맞춰야 한다. 판매되는 다이오드 레이저의 가변 파장 폭은 보통 20 nm 이하이기 때문에 target 원자 종류에 따라 레이저를 맞춰 구매해야 한다. Xe의 경우에는 운이 좋게도 중성과 이온 상태에서 각각 834.68 nm, 834.72 nm의 파장을 쓸 수 있어 값비싼 레이저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중성과 이온의 측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3. LIF spectroscopy 측정결과 활용
LIF spectroscopy를 사용해 측정한 속도분포는 활용도가 무척 높다. 그 중 가장 직관적이며 유용한 정보는 이온의 궤적과 가속 현상으로, Fig. 4는 원통형 홀추력기 플라즈마에서의 이온운동 해석 결과를 나타낸다. 여러 지점에서 이온의 속도를 측정하면 이온궤적을 추출할 수 있고, 궤적 상에서의 이온에너지를 통해 전기장의 세기 또한 알 수 있으며, 전기추력기의 erosion을 일으키는 이온이 어디서 온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LIF spectroscopy는 플라즈마에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이온 또는 중성입자의 운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진단장치이다. Faraday probe, RPA, Langmuir probe보다 시스템이 복잡할 뿐더러 비용이 훨씬 높지만, 전기추력기 플라즈마 내에서 입자의 운동을 가장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다보니 실력 있는 연구그룹에서는 꼭 사용된다.
세 게시글에 거쳐 중요한 플라즈마 진단 3가지를 알아보았다. 다음 게시글에서는 전기추력기의 꽃, 홀추력기와 이온추력기를 시리즈로 하여 면밀히 들여다보자.
*. References
[1] G. Doh, “Effects of the axial magnetic field on the ionization region and ion kinetics in Hall thruster plasmas,” Ph.D. Dissertation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2022)
[2] G. Doh et al., "Structure of the ion acceleration region in cylindrical Hall thruster plasmas," J. Phys. D: Appl. Phys. 55, 225204 (2022), https://doi.org/10.1088/1361-6463/ac5773
'전기추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홀추력기: 이름의 기원과 작동 원리 <작성중> (2) | 2023.10.03 |
---|---|
11. 홀추력기와 이온추력기: 맛보기 (2) | 2023.08.12 |
9. 플라즈마 진단: 이온전류밀도 측정 - Faraday probe (1) | 2023.06.10 |
8. 플라즈마 진단: 이온에너지분포 측정 - Retarding Potential Analyzer (RPA) (1) | 2023.06.10 |
7.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시설의 구성 (0) | 2023.04.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