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신규 게시글을 올린지 무려 4달이 지나서야 다시 게시글을 작성한다.
"12. 홀추력기: 이름의 기원과 작동 원리"에서 작동 원리를 설명하려다보니 배경지식을 여럿 설명해야했는데 스스로 만족할만큼 쉽게 설명할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 글쓰기를 멀리하게 됐다..😢
그동안 주제로 꼭 담아보고 싶었던 "스퍼터링"을 녹슨 체인의 윤활제로 삼아 멈춰있던 바퀴를 다시 굴려본다.
1. 스퍼터링(Sputtering)
스퍼터링은 높은 운동량 &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물체에 충돌함에 따라 표면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이 떨어져나오는 현상으로, 충돌입자의 에너지가 표면을 구성하는 원자/분자의 결합에너지보다 커야만 스퍼터링이 일어날 수 있다. 원자/분자의 결합 에너지는 수 eV에 달하는데, 대기중의 중성입자로서는 감히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에너지다. 따라서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스퍼터링을 일으키는 충돌입자는 전기장으로 에너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이온'이고, 이온에 의한 스퍼터링을 ion-bombarded sputtering이라 부른다. 여기서 전자는 에너지가 높더라도 스퍼터링을 일으키지 않는데, 그 이유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Figure 1은 고속의 이온이 어떤 물체에 충돌한 상황을 모사한다. 이온은 표면에 충돌하며 운동량을 물체에 전달하고 에너지를 잃는다. 반면, 표면입자는 에너지를 얻는데, 이 에너지가 기존의 결합에너지를 뛰어넘으면 기존의 고리를 끊고 자유의 몸이 될 준비를 갖추게 된다.
하나의 이온에 의해 튀어나오는 원자/분자의 수를 스퍼터링율(Sputtering yield)이라 하며, 스퍼터링율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이온에너지
- 이온종 (momentum 영향)
- 이온 입사각
- 타겟 소재 (결합에너지, momentum 영향)
다소 극적인 비유이긴 하나, 이번 게시글에서는 모래에 구슬이 던져지는 상황을 통해 스퍼터링을 이해하고 직관력을 길러본다.
GIF 1은 쇠구슬, 유리구슬, 작은 쇠구슬을 동일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의 스퍼터링율 차이를 나타낸다. 16 mm 쇠구슬과 비교해 가벼워 에너지와 운동량이 낮은 유리구슬과 쇠구슬에서 보다 스퍼터링이 적게 일어남을 알 수 있다.
GIF 2는 16 mm 쇠구슬을 0°, 24°, 39° 의 각도로 모래에 입사되었을 때의 결과로 입사각이 클수록 스퍼터링율이 증가함을 나타낸다.
GIF 3은 16 mm 쇠구슬을 흰 건조모래와 살짝 습기가 있는 고운모래에 떨어뜨린 모습으로, 타겟의 소재에 따라 스퍼터링율에 변화가 있음을 나타낸다.
Figure 2는 GIF 1-3의 충돌 순간을 포착하여 한눈에 결과를 보여준다. 이쯤이면 스퍼터링에 대한 직관력을 견비하게 됐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을 통해 실제 전기추력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실험 결과를 살펴보자.
Figure 3(a)는 Xe+ 이온이 Boron nitride (BN) 절연체에 수직입사하는 상황에서의 스퍼터링율을 나타낸다. Xenon은 전기추력기에 가장 널리 쓰이는 연료 중 하나이며, BN은 홀추력기에서 플라즈마와 맞닿는 도가니 역할을 하는 절연체로 홀추력기의 수명과 연관이 깊다. 앞선 구슬/모래 실험에서 예상할 수 있듯, 스퍼터링율은 ion energy가 올라감에 따라 증가한다.
Figure 3(b)는 Xe+ 이온이 Molybdenum (Mo) 또는 Carbon-carbon composite (CC), Pyro-graphite (PG)에 입사하는 각도에 따른 스퍼터링율을 나타낸다. Mo, CC, PG는 이온추력기의 이온가속 그리드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로서 이온추력기의 수명과 연관이 깊다. 이 또한 앞선 구슬/모래 실험에서 예상할 수 있듯 입사각이 증가함에 따라 스퍼터링율이 증가하는데, 특정 각도를 넘어서면 스퍼터링율이 떨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더해, graphite 계열인 CC와 PG가 스퍼터링율 측면에서 금속재인 Mo보다 우수함을 알 수 있다
2. 스퍼터링과 전기추력기의 수명
전기추력기는 고에너지의 이온분출로부터 추력을 얻는다. 모든 이온이 깔끔히 바깥으로 향하면 좋겠지만, 일부 이온들은 가속 과정에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추력기 본체에 충돌한다. 스퍼터링율은 이온에너지 증가와 함께 커지기 때문에 주로 이온이 가속되는 영역 또는 가속 이후 구간에서 두드러진다. 아래에서 홀추력기와 이온추력기의 사례를 통해 스퍼터링 현상을 깊이 이해해보자.
2.1. 스퍼터링 in 홀추력기
홀추력기에서는 세라믹 방전채널 내에서 플라즈마가 발생함과 동시에 가속이 시작된다. 방전채널은 플라즈마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방전채널은 스퍼터링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Figure 4는 프랑스 Safran 사의 90 mN급 홀추력기 PPS-1350(1.5 kW급)을 142 mN (2.5 kW) 조건에서 2600 시간 시험 전후 모습을 나타낸다. 시험 전에는 방전채널(흰색 원형 세라믹)이 말끔한 실린더 형상을 갖는다. 시험 이후에는 해안의 사구마냥 파인 모습과 wave-pattern(Fig. 4(c)에서 노랑/마젠타 점선 주목)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스퍼터링의 결과이다. 이와 같이 세라믹 채널이 스퍼터링에 의해 성벽이 무너지듯 점점 패이다보면 자기장을 생성하는 구조물이 플라즈마에 직접 노출되게 되는데, 이 상황에 닥치게 되면 자기장이 왜곡되기 시작하며 성능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수명을 다하게 된다.
다행히도 방전채널 스퍼터링에 의한 홀추력기 수명 제한은 magnetic-shielding 이라는 자기장 설계 컨셉을 적용하면 현저히 개선될 수 있다. Magnetic shielding 설계가 적용된 홀추력기는 특정시간 이후로부터 방전채널에서 스퍼터링이 일어나지 않게되어 수만시간의 긴 수명을 갖게된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이 기술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고 차후에 별도의 게시글로 다뤄볼 예정이다.
2.2. 스퍼터링 in 이온추력기
이온추력기의 스퍼터링 이슈는 이온을 가속시키는 grid assembly에서 유효하다. 플라즈마를 발생시킨 후 multi-layer grid를 통해 이온을 선택적으로 가속시키는 이온추력기는, 이온이 고속으로 가속되는 acceleration grid 부근에서 스퍼터링이 가장 심각하게 일어난다.
2018년 10월 발사되어 수성을 향해 항해중인(2024년 기준) ESA/JAXA의 BepiColombo에는 영국 QinetiQ사의 T6 이온추력기 4기가 궤도진입을 위한 추진장치로 사용되었다. 수성을 향한 여정은 무려 7.2년으로 T6 각각은 약 10,000 시간 동안 추력을 발생시켜야 했기 때문에 사전에 지상에서 10,000 시간 이상의 수명이 검증되어야 했다. 이와같이 이온추력기는 장기운용이 필요한 우주탐사 임무에 널리 활용되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의 정상작동을 입증해야한다.
Figure 5(a), (b), (c) 는 각각 T6에서 이온가속을 담당하는 grid assembly의 사진, grid assembly의 hole 사이에서의 이온가속 개념도, acceleration grid의 스퍼터링 개념도이다. Figure 5(b)에서 보듯 main ion beam은 충돌없이 밖으로 분출되나 일부가 불가피하게 acceleration grid에 충돌하고 acceleration grid에 스퍼터링을 일으켜 hole의 지름을 넓히게 되는데, 이 것을 barrel erosion이라 부른다. 뿐만 아니라, 이온추력기 바깥에 존재하는 소수의 저에너지 이온이 acceleration grid에는 음전압을 향해 역으로 가속되어 돌아와 충돌해 스퍼터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pits & groove erosion이라 한다 (Fig. 5(d) 참고). 사전에 barrel erosion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이온추력기의 수명시험 결과들은 공통적으로 pits & groove erosion이 보다 수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 현상은 deceleration grid를 추가해 3개의 grid를 사용하여 현저히 낮출 수 있다. (3-grid는 조립난도와 비용이 상승하는 단점이 있다)
3. 스퍼터링과 전기추력기 시험시설의 유지보수
전기추력기는 최적설계를 통해 스퍼터링을 최소화하여 수명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전기추력기 지상시험을 위한 진공챔버는 Figure 6에서 보듯 고에너지 이온빔에 노출되어 스퍼터링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그로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해 한다. 위 내용을 이해했다면 아래 게시글을 복습하며 스퍼터링과 시험시설 유지보수의 관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ep-dr-guentaedoh.tistory.com/9
*. References
[1] J. L. Topper, “Total and Differential Sputter Yields of Boron Nitride,” Ph. D. Dissertation (Colorado State Univ., 2011)
[2] M. Sangregorio et al., “Ion engine grids: Function, main parameters, issues, configurations, geometries, materials and fabrication methods,” Chinese J. Aeronautics 31, No. 8 (2018), https://doi.org/10.1016/j.cja.2018.06.005
[3] S. Zurbach et al., "Qualification of the PPS-1350 Hall Thruster at 2.5 kW," 49th AIAA/ASME/SAE/ASEE Joint Propulsion Conference, AIAA 2013-4113, https://arc.aiaa.org/doi/abs/10.2514/6.2013-4113
[4] N. C. Wallace and M. Corbett, "Optimisation and Assessment of the Total Impulse Capability of the T6 Ion Thruster," 30th International Electric Propulsion Conference, IEPC-2007-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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