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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추력기

17. 전기추력기의 연료

by HappyNerd 2024. 9. 15.

 

전기추력기는 연료를 플라즈마로 전이시켜 이온을 선택적으로 가속해 내보냄으로써 추력을 얻는다. 피스톤 엔진방식의 자동차에 가솔린, 디젤, LPG 가 주로 쓰이듯 전기추력기 또한 주요 사용되는 연료가 몇 있다. 전기추력기의 연료로는 어떤 물질이 적합할까? 이번 글에서는 다섯 가지의 시각을 통해 어떤 물질이 전기추력기 연료로서 적합한지 들여다본다. (필요지식: 고등학교 화학1,2)


1. 플라즈마 생성 난이도

뭐니 뭐니 해도 추진기관의 연료는 성능을 최적화 해야한다. 전기추력기의 추력 발생 과정을 간략화하면 다음과 같다. 

1. 연료공급 → 2. 플라즈마 발생 → 3. 이온 가속/분출 → 4. 추력 발생

전기추력기의 차별점이 무엇이던가? 바로 이온을 고속으로 가속시켜 연비가 높다는 것이다. 이온을 가속시키려면 그 전에 플라즈마를 발생시켜야한다. 100개의 원자를 공급했을 때 기왕이면 모두 플라즈마로 전이시켜 100개의 이온을 분출하는 것이 연료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일테다. 따라서 연료는 플라즈마를 만들기 쉬운 물질(=낮은 이온화 에너지)이여야 한다.

고체/액체 → 기체 → 플라즈마

에너지를 조금만 써서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 고체나 액체 연료는 저장성에서 우수성을 갖고, 기체 연료는 많은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승화 또는 기화 과정이 생략되어 플라즈마 생성 난이도에서 이점을 갖는다. 주기율표와 보어의 원자모형을 떠올려보자. 18족 분류에서 "족"이 동일하다면 원자번호가 클수록 핵과 최외각 전자의 거리가 멀어져 전자를 떼어내기가 보다 쉽다. (분자 연료의 경우 얘기가 복잡하니 생략)

따라서 플라즈마 생성 난이도 측면에서 원자번호가 큰 기체 연료가 가장 좋고 Xenon이 대표적 예시다. 고체 또는 액체 물질은 승화점 또는 끓는점이 높지 않으면서 전자를 떼어내기 쉽다면 플라즈마 생성 난이도가 준수한 수준이 될 수 있고, Iodine(요오드)가 고체 연료의 대표적인 예시다.

 

Species 상온 상태 Ionization energy
(eV)
원자번호 Atomic mass
(u)
Melting point
(℃)
Mass density
(kg/m3)
Xenon (Xe) Gas 12.13 54 (18족) 131.29 -108.1 1933
(150 bar, 30°C 가정)
Krypton (Kr) Gas 14.00 36 (18족) 83.80 -153.4 1083
(250 bar, 30°C 가정)
Iodine (I2) Solid 10.45 53 (17족) 126.90 113.7  4944

 

2. 저장성

발사체에 탑재하는 위성은 중량과 부피가 제한된다. 따라서 한정된 공간에 연료 중량을 가장 많이 싣는 것이 최선이다. 고체와 액체 연료는 기체에 비해 밀도가 높아 저장성에서 탁월한 이점을 갖는다. 특히 고체 연료는 중력과 같은 외부의 field에 의한 쏠림이 없기 때문에 보관이 가장 용이하다. 기체 연료는 150 bar 이상의 고압으로 저장하면 고체/액체 연료에 준하는 밀도로 보관될 수 있지만, 고압 기체를 보관하는 연료탱크의 중량도 저장압과 함께 커지다보니 저장성 측면에서 고체/액체에 비할바가 되지 못한다. (고체/액체/기체 상태는 온도에 따라 전이될 수 있음을 유의하자. 우주 환경은 지구 대기권의 보호를 받지 못해 태양빛을 받을 때는 적도보다 훨씬 강한 빛이 조사되고, 태양빛을 받지 못할 때는 대류를 일으킬 공기가 없다보니 남극의 온도보다 낮게 떨어진다.)

 

3. 질량중심

위성은 방향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지구관측 위성의 경우 카메라가 관측대상을 정밀하게 시준해야 하고, 가속 또는 감속을 할 경우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힘($\vec{F}$)을 발생시켜야한다.

Figure 1은 위성에서 추력의 방향이 위성에 가하는 회전력에 대한 개념도이다. $\vec{F}$가 원하는 가속 방향을 향하더라도, 위성체 질량중심으로부터 추력기까지의 변위벡터($\vec{r}$)가 평행하지 않다면 추력기가 위성체에 회전력($\vec{\tau}$)을 가해 위성이 빙빙 돌게된다. 추력기를 위성체의 질량중심을 향하도록 설치하면 추진 성능 측면에서 불이익이지만, 정상적인 위성 운용을 위해 Fig. 1의 오른쪽과 같이 추력기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왼쪽과 같이 설치하고 두개를 동시에 작동시켜 회전력을 상쇄시키기도 한다.)

$$\vec{\tau}=\vec{r}\times\vec{F}$$

추진을 하면 연료를 서서히 소모해 위성체의 질량이 점차 줄어들고 질량중심도 조금씩 변한다. (위성 엔지니어가 질량중심 변화가 최소화되도록 연료탱크를 배치한다만, 불가피하게 질량중심은 조금씩 이동한다.) 기체 연료는 잔류 연료량과 관계없이 질량중심이 연료탱크 중심부에 있어 질량중심 이동이 작은 편이다. 반면, 고체/액체는 연료를 소모하면서 연료탱크 내 질량중심이 계속해서 이동한다. 질량중심의 이동은 당연히 위성에 연료를 많이 실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큰 속도변화가 필요한 위성(연료를 많이 싣는 위성)의 경우, 질량중심의 관점에서 기체연료가 이점을 가진다.

Figure 1. 추력의 방향과 회전력의 관계 개념도

  고체 액체 기체
플라즈마 생성 난이도 Not good Not good Best
저장성 Best Good Not good
무게중심 Not good Not good Best

 

4. 안전성 & 화학 반응성

안전성은 추진장치의 실험/시험/검증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전기추력기의 첫 번째 장점이 연료 중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매우 우수한 안전성"은 그에 비견될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우주추진에 사용되는 화학추력기는 하이드라진을 주 연료를 사용하는데, 하이드라진의 높은 독성때문에 안전설비 구축에 비용이 많이들고 하이드라진을 취급할 수 있는 곳이 적으며 안전성 등의 이유로 위성 발사 직전에 전문 취급업체에 적지않은 돈을 지불하고 연료를 채워야 한다. 반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연료인 Xe과 Kr은 18족 원소라 화학반응성이 없고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취급시 특별한 안전설비가 필요하지 않고 연료 주입에 안전상 제약도 없어 취급비용이 작다

Figure 1과 같이 추진제가 분출되는 과정에서 소수의 추진제 또는 그 반응물은 바깥으로 향하지 않고 위성체로 돌아온다. 위성체와 반응성을 띄는 연료가 사용되면 위성체 표면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염원으로 작용한다. 또한, 고체/액체 연료의 경우 위성체에 증착되기도 하는데, 태양광 패널에 증착되면 전력생산량을 저하시킬 수 있고 전도성을 갖는 연료의 경우 지구와 통신하는 안테나에 내려앉아 송수신을 방해하는 등 악영향을 미쳐 수명이 긴 위성에서는 사용이 적절치 않다. 반면, Xe과 Kr은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데다 화학반응성이 없어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5. 상전이 (기체 연료)

지구대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위성은 강렬한 태양광에 그대로 노출된다. 따라서 태양빛에 노출될 때는 뜨거워지고 태양빛을 받지 않을때는 차가워진다. 수성이나 금성과 같이 태양에 가까운 행성에 가지 않는다면 고체나 액체 연료는 상전이 없이 그대로 보관될 수 있어 별도의 고려사항이 없다. 반면, 기체연료의 경우 고압 상태에서 온도가 떨어지면 액체나 고체로 전이될 수 있으며 이로인해 "3. 질량중심"에서 갖는 이점이 손실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료 저장압과 온도환경에 따라 연료탱크 가열이 필요하다 판단될 경우, 히터 부착을 요구하기도 한다.

 

6. 가격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터. 전기추력기의 제1 매력포인트는 연료중량 절감으로 인한 비용절감이다. 전력을 활용해 추진력을 얻는 전기추력기는 더 큰 태양광패널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 화학추력기와 달리 전력공급장치를 구성품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기술 자체는 일반적으로 화학추력기보다 비용이 높다. 따라서 연료중량 절감으로 인한 발사비용절감이 기술비용의 증가보다 커야 경제적 효용이 있다 볼 수 있다.

Xe과 Kr은 각각 지구대기에 11.4 ppm, 0.087 ppm의 낮은 농도로 존재해 희긔가스로 비싸고 시장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된다. Xe은 대략 kg 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매우 비싼 연료이고, Kr은 대충 Xe의 1/10 가격으로 천사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1]. 2020년대 들어 우주가 민간기업의 진출무대가 되면서 전기추력기 업계에서도 비용절감의 바람이 불어 전기추력기 연료비용 절감은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이다. 비록 Xe이 전기추력기 성능을 최적화할 뿐 아니라 많은 면에서 매력적인 연료이지만, 비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몇 가지 좀 손해보더라도 Kr을 사용하거나 I2와 같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변모하는 추세이다.


*. References

[1] 네온 이어 크립톤도 가격 정상화…제논도 정점 찍고 하락 중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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